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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서예/방각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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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방각소설의 출판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방각소설(坊刻小說)이란 방각본의 형식으로 출판된 소설을 지칭한다. 물론 방각소설의 의미가 이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방각으로 간행된 소설을 방각소설이라고 지칭함에는 이 용어가 함의하고 있는 나름대로의 성격을 염두에 두고서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방각소설이라는 용어가 지닌 개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에 대한 논의는 방각본의 형식으로 출판된 소설이라는 언급만으로 그치기로 한다.
일단 방각본으로 출판되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판매할 것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서책이 ‘使用價値라는 척도에서 出版된 것이 아니고 交換價値 즉 商品化하여 市場的 去來’ 柳鐸一, 『完板坊刻小說의 文獻學的 硏究』, 學文社, 1981, 22면.
를 하기 위해서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방각본이 모두 목판(木板)으로만 간행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토판(土版)이나 와판(瓦版)으로 간행되기도 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목활자나 금속활자를 이용한 활자본으로 간행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서는 목판으로 간행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양상이기에 목판으로 간행되었다는 전제 위에서 방각소설 출판의 과정을 일반화하여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1) 원고본 확정:
출판 대상이 되는 미간(未刊)의 원고본(原稿本)이 있어야 한다. 이때 원고본은 작가가 직접 쓴 수고본(手稿本)일 수도 있고, 여러 차례 거듭된 필사를 통해서 전해지던 전사본(轉寫本)일 수도 있다. 수고본이나 전사본 모두 사본(寫本)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2) 판하본 제작:
원고본을 저본으로 삼아서 정서(淨書)하고 정서(精書)한 정사본(精寫本)인 등재본(登梓本) 곧 판하본(板下本)을 제작한다. 출판을 위해서 필사하는 것이기에 판하본은 정제성(整齊性)을 갖춘 형식으로 제작되며, 판하본은 판각 작업이 진행되면서 판목에 그 흔적만을 남긴 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전사본이라고 할 수 있다.

(3) 판목 제작:
판하본을 가지고서 판목(板木)을 제작한다. 판하본을 뒤집어서 미리 준비된 목판에 붙인 후 건조시킨다. 이후 매일매일 판각할 부분에 기름 성분을 발라가면서 투명성을 확보한 상태로 판각한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한 이를 각수(刻手)라 지칭하며, 이렇게 완성된 판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차츰 훼손되거나 멸실된다.

(4) 판본 제작:
완성된 판목을 가지고서 종이―주로 한지인 닥종이(楮紙)를 사용한다―에 인출하고 제책하여 서책을 완성시킨다. 인출을 담당하던 이를 인출장(印出匠), 제책을 담당하던 이를 제책장(製冊匠)이라 지칭한다. 이렇게 인출하여 제책된 것을 판본(板本) 또는 목판본(木板本)이라 지칭한다.

여기에서 언급한 (1), (2), (3), (4)의 과정을 모두 거친 작품은 초간본(初刊本)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를 초각본(初刻本), 개간본(開刊本), 개각본(開刻本) 등으로 지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신간본(新刊本) 또는 신각본(新刻本) 등으로 지칭하지 아니하는 이유는 ‘新’이 ‘처음으로’라는 의미보다는 ‘새롭게’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판본에 따라서는 간기(刊記)에 ‘新刊’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이 ‘처음으로 간행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처음으로’보다는 ‘새롭게’라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기에, 기술적(記述的) 용어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다는 개인적 판단 때문에 이를 피한다. 또한 간기에 ‘開刊’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기에 이를 대표하는 용어로 ‘개간본(開刊本)’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다음에 언급될 ‘개간본(改刊本)’이라는 용어와 독음이 같기에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초간본(初刊本)’이라는 용어를 선택하였다.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초간본 방각소설은 사본인 원고본으로부터 시작하여 판하본을 제작하고 판목을 처음 판각하여 만든 서책이라는 점에서 ‘정제성’ 곧 ‘整齊의 美’ 柳鐸一, 『韓國文獻學硏究』, 亞細亞文化社, 1990, 128면. 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판본이라 하겠다.

그러나 모든 방각소설이 위의 과정대로만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1)과 (2)의 과정을 생략한 채, (3)부터 시작하는 방각본도 있기 때문이다. 방각본으로 처음 출판되는 작품의 경우에는 위의 과정을 충실히 따르겠지만, 이미 방각본으로 출판된 바 있는 작품인 경우에는 위의 과정 중 특정한 부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번각본(飜刻本) 또는 복각본(覆刻本)의 경우에는 기존의 판본이나 활자본을 해책(解冊)하여 판하본으로 삼기 때문에 (1)과 (2)의 과정을 생략하고 (3)의 과정부터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판하본에서 사용한 판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판목을 새기기 때문에 판본으로서의 정제성을 비교적 충실하게 유지하게 된다. 아주 정치하게 판각하면 이것이 번각본인지 아닌지 여간해서는 분간해내기조차 힘들다.
또한 (1)의 과정에서만 변화가 나타나고, (2), (3), (4)의 과정을 계속 진행할 수도 있다. 이미 판본이나 활자본으로 출판된 바 있는 작품의 경우, (1)의 과정에서 확정한 원고본에 해당하는 것은 사본이 아닌 판본(板本)이나 활자본(活字本)이다. 이는 ‘印本 --> 寫本 -->印本’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柳鐸一, 『韓國文獻學硏究』, 亞細亞文化社, 1990, 17면 참조.
이때에 (2)를 생략하고 (3)의 과정으로 진행하면 앞서 언급한 번각본이 되겠지만, 이를 원고본으로 삼아 (2)의 과정 곧 판하본을 제작하는 과정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 출판된 경우에는 이를 개간본(改刊本)이라 지칭한다. 이를 개각본(改刻本), 중각본(重刻本), 중간본(重刊本) 등으로도 부를 수 있다.

이때에도 판하본의 정제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위에서 설명한 초간본이나 개간본 그리고 번각본은 모두 나름대로 판본으로서의 정제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판본으로서의 정제성(整齊性)을 파기하면서 나타나는 판본이 있다. 이는 판목을 제작함에 있어서 한 가지 방식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작품이 시작되는 앞 부분(이를 전반부라 칭하기로 한다)은 번각본 제작의 방식을 사용하여 판목을 제작하고, 남은 부분(이를 후반부라 지칭한다)은 인본을 원고본으로 삼아 등재본인 판하본을 새롭게 정사하여 판목을 완성하는, 곧 개간본(改刊本)을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판목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에도 나름대로 정제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나타날 수 있으나 전반부와 후반부에 나타나는 각자체의 차이나 반엽에 수용하는 행수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판식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이 그들(木板本: 인용자 보충)의 내용은 完結性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시에 整齊性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가다듬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완결된 내용을 아무렇게나 써서 출판하는 것이 아니고 글자의 크기, 板形의 조절, 편집상의 배려 등 그 나름의 美的 調和를 꾀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寫本도 그런 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寫本에 비해 木板本은 外樣的 整齊性이 짙다는 것이다.” 柳鐸一, 『韓國文獻學硏究』, 亞細亞文化社, 1990, 18면.

또한 기존의 판목을 가져다가 이를 활용하면서 판본을 만드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역시 새로운 판본으로 서책을 출판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판목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라는 활용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판목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면서 판목의 특정한 부분만을 수정하여 새로운 판본을 출판하는 방식이다. 이때에 부분적으로 수정되는 부분에 대하여 (2), (3), (4) 또는 (3), (4)의 과정이 극히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판목을 의도적으로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곧 기존의 판목을 직접 훼손함으로 말미암아 훼손되기 이전의 판목으로 출판하였던 기존의 판본은 더 이상 출판될 수 없게 된다.

기존의 판목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특정한 부분(전반부)까지는 기존의 판목을 수정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활용하고, 그 다음 부분(후반부)부터는 (2), (3)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판목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제작된 판목(후반부)과 기존의 판목(전반부)을 가지고서 (4)의 과정을 거쳐 판본을 출판하는 방식이다. 이때에는 사용하지 않게 된 후반부의 판목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판본을 다시 인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후반부에 해당하는 판목을 새로 제작한다는 것은 이미 기존의 해당 부분의 판목이 효용성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미 사용가치가 없어진 기존의 판목(후반부의 판목)이 잘 보관되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의 과정 중에서 한글 서체 여기에서 말하는 한글서체는 판각된 한글서체 곧 각자체를 말한다. 이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하는 점은 柳鐸一에 의해 정리된 바 있다. 李商憲의 국문서체의 분류 체계 강의 내용을 소개한 후, 板刻 國文書體를 始源體―實用指向體―實用體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完板坊刻小說의 國文書體를 草書(連字로 쓰인 것), 行書(連畫으로 쓰인 것), 楷書(分畫으로 쓰인 것)로 나누고, 이를 다시 다음의 일곱 가지로 세분하였다. 草書에 속하는 ① 半草達筆體와 ② 半草庶民體, 行書에 속하는 ③ 草書指向的行書體와 ④ 行書體, 楷書에 속하는 ⑤ 行書指向的楷書體, ⑥ 縱厚橫薄右肩上向的楷書體, ⑦ 縱厚橫薄左右平肩的楷書體가 그것이다. 그리고 완판 방각소설의 경우 서체의 변이를 초서에서 행서로, 행서에서 해서로 진행되었다고 하였다. 柳鐸一, 『韓國文獻學硏究』, 亞細亞文化社, 1990, 112-123면 참조.

또한 허경무는 한글서체의 유형별 분류를 훈민정음해례본체(정자), 훈민정음언해본체(정자, 흘림, 진흘림), 궁체(정자, 흘림, 진흘림)로 세분하여 제시하면서, 목판본의 서체 변화 양상을 훈민정음해례본,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세종어제훈민정음, 송강가사, 방각본소설류로 나누어 검토하였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송강가사(松江歌辭)에 대한 것인데, 그는 <성주본은 후에 나온 방각본소설에 쓰인 특수한 자형(ㅅ, ㅈ, ㅊ을 말한다)과 닮은 부분이 있음을 보아 방각본소설에 쓰인 체와 맥락이 닿음을 알 수 있겠고, 후의 「궁체」에까지 이어져 「궁체」 형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고 하였으며, <방각본소설에 나타난 서체는 모두 필사하여 등재본으로 삼았을 것이니 「훈민정음언해본체」로 분류한다>고 하였다. 허경무, 「고전 원전 연구를 위한 한글 서체 고찰」,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2.
와 관련하여 살필 부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정사본인 등재본의 필사자가 선택한 서체―이는 쓰여진 글자이다―이며, 둘째는 각수에 의해 판각 작업을 통해 나타난 각자체―이는 새겨진 글자이다―이다. 정사본은 판각작업을 통하여 이미 사라져 버리고 오직 그 흔적을 판목에만 남기고 있기에, 판목에 남은 서체 곧 각자체는 온전히 정사본 필사자의 서체는 아니다. 이는 바로 각수에 의해 새겨진 서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이를 필사자의 서체(書體)인 자체(字體)와 구분하기 위해 각자체(刻字體)라 지칭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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