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조판하기 위한 활자의 글자꼴 모양은 필요할 때마다 자기가 직접
손으로 쓸 때의 글자꼴 모양과 다를 수 있다. 자기 혼자만 보기 위한 메모지의
글자꼴은 자기만 알아보면 되므로 어떤 형태라도 사용할 수 있으나, 여러
명의 독자가 보아야 하는 책을 인쇄하기 위한 활자의 글자꼴 모양은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으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문화관광부에서 주체가 되어 개발한 한글 문화바탕체는 원래 목적이 교과서
본문용 글자꼴 개발이었으므로, 자라나는 우리의 초등학생들의 성격이 온화하고
은근하도록 굽은 정도를 크게 하여 부드러운 느낌이 들도록 제작하였다. ‘우리
민족의 발전을 생각하고’ 제작한 문화바탕체와 그런 생각 없이, 아니면 도리어
‘한국 민족 잘되지 말아라’라는 생각을 하고 제작한 글자꼴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일 것이다.
단순히 자소의 수평적 조합만으로 단어가 이루어지는 알파벳 글자꼴과 자소가
모여서 음절을 만들고 다시 음절이 모여서 단어가 되는 한글 글자꼴은 당연히,
한글 자소의 제작 방법이 로만 알파벳 제작 방법과 달라야 하는데, 대개
이점을 간과하고 로만 알파벳의 타이포그래피 원칙을 따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한글 한 개의 음절은 초성과 중성, 또는 초성과 중성과 받침이 모여서
이루는 한 개의 예술품이다. 한글 음절 한 개가 예술 작품 한 개인 것이다.
현대 한글 1만 1172개의 음절이 각기 다른 작품이며, 1만 1172개의
예술품인 것이다. 한글 활자는, 한글 음절 하나하나를 작품 제작하듯이 정성껏
완성하여야 한다. 국전에 특선한 소나무 그림 1장이나 초등학생이 그린 소나무
그림 1장이나 같은 그림 1장이지만, 그림의 품질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을 찍듯이 꼼꼼하고 열심히 그린 소나무 그림이라도 그 그림
속에 작가의 철학이 들어 있지 않으면 훌륭한 그림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글 음절 1개에도 제작자(디자이너)의 철학이 들어 있어야만 훌륭한 글자꼴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1991년 7월 5일 ‘한글 서체 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제1차년도 개발 한글 글자(낱자와
낱내 글자) 조사를 2달간 실시하고, 1991년 10월 1일 ‘한글 서체
개발 연구진’을 확정하여 서체 개발에 착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