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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어문 규범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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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각 언어는 고유한 기본법칙으로서 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한 언어 사회에는 의사소통의 편의와 정체성의 확립을 위하여 고유한 문법에 근간을 둔 약속으로서의 규범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실제로
말과 글을 사용하는 공인된 약속으로서의 규범을 어문 규범이라고 한다. 어문 규범은 맞춤법과 표준말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등으로 구성된다.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 최초의 명문화된 한국어의 어문 규범이며 이 어문 규범은 해방 직후 분단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다듬고 배우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바탕이 되었다.
1948년 이후 2차 세계 대전의 영향으로 생겨난 정치ㆍ외교ㆍ이념적 대립으로 한반도에 남북으로 분단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분단 직후 20여 년간은 남북한의 공식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고 70년대에 들어서 시작된 남북한 정치인들의 접촉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 한국 정부의 북방 정책에 따라 남북한 교류의 창구가 많이 열리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분위기는 우리 민족의 어문 규범에도 영향을 미쳤다. 1948년 이후 남북한은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뿌리를 두고 각기 독자적인 어문 규범의 체계를 수립하여 발전시켜 왔고 오늘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그 차이를 보이고 있다.
90년대에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북에서 발전해온 어문 규범의 현황을 알기 어려웠다. 9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달리 발전해온 남과 북의 어문 규범에 대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학자들 간의 교류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남과 북의 어문 규범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비교하는 것은 단순히 60여년을 다른 방식으로 변해온 각각의 어문 규범의 단순한 차이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통일 시대의 한국어 어문규범을 수립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2.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
우리말의 어문 규범은 1933년에 제정된 최초 어문 규범인 『한글 마춤법 통일안』과 최현배 선생의 1937년 『우리 말본』을 바탕으로 두고 발전해 왔다. 남북한 어문 규범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비교하기 전에 우리 어문 규범의 변천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2.1. 분단 이전 우리말의 어문 규범
1907년 대한제국 시기에 학부에 ‘국문연구소’를 설치하여 1909년 『국문 연구 의정안』을 만들었으니 을사늑약에 이은 병술국치로 국권이 상실되어 실시하지 못하였다. 이후 1912년에 일제는 조선어 교육과 교과서의 편찬을 위하여 최초의 규범적인 철저법인『보통학교용 언문 철자법』을 공포하였다. 이후 일제는 『보통학교용 언문 철자법 대요』(1921)와 『언문 철자법』(1930)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본격적인 어문 규범의 체계를 갖추었다고 하기 보다는 단순한 철자법 규정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일제의 시도와 별도로 조선어학회에서는 1933년에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제정하였다. 조선어학회에서는 『우리말 큰사전』을 편찬하면서 어문 규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맞춤법을 제정하였다. 이 어문 규범은 총론과 각론,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론에 자모, 말소리, 문법, 한자어, 약어, 외래어 표기, 띄어쓰기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부록에는 표준어와 문장부호에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 특히 철자법이 철저히 형태주의에 입각하여 규정되었다는 것과 띄어쓰기 규정이 처음으로 시행되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후 표준말의 확립이 요구되자 조선어학회에서는 1935년부터 표준어 사정을 시작하여 1936년『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발표하였다. 이후 1937년, 1940년, 1946년, 1948년에 각각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개정하였다. 특히 1937년의 개정안에서는 부록에 표준어 항목을 추가하였고 1940년에는 제목을 ‘마춤법’에서 ‘맞춤법’으로 바꾸고 사이시옷과 문장부호에 대한 것을 비롯하여 몇몇 부분을 수정하였으며 외래어 표기법의 통일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1948년의 개정판인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한글판)』에서는 모든 내용을 한글화하고 한자어도 고유어화하였다.
 
2.2. 분단 이후
(1) 남한 어문 규범의 발달
1948년 대한민국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검인정 제도의 도입과 함께 1949년에 규범 문법에서의 문법 용어가 통일되어 13개 부문의 292개의 고유어와 한자어의 문법 용어가 결정되었다. 1948년의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한글판)』을 바탕으로 이러한 문법 용어의 통일 내용을 반영하여 1958년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용어 수정판)』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서 모든 항목에서 고유어와 한자어의 문법 용어가 병기되었다.
이어서 문법 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입시 등을 위하여 국어 교육에서의 문법 체계와 문법 용어의 통일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1963년에 『학교 문법 통일안』이 공포되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의 9품사가 확정되었다. 이후 1980년에야 비로소 한글학회에서 순우리말 용어만을 사용하여 기존의 맞춤법 통일안을 새로이 수정하여 체계를 잡은 『한글 맞춤법』을 제시하였다.
1988년 드디어 문교부에서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각각 독립적 규정하여 한국어 어문 규정을 고시하였다. 그 두 해 전인 1986년에는 문교부에서 『외래어 표기법』도 발표하였다. 이후 1990년에 문교부는 『표준어 모음』을 고시하였고 계속해서 1993년에 현재 시행 중인 『한글 맞춤법』이 확정되었다. 2002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새)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고시하였다.
 
(2) 북한 어문 규범의 발달
분단 이후 북한의 어문 규범은 어문 학술 단체인 ‘조선어문 연구회’에서 제정하고 공포하였다. 1949년에 발표된 『조선어 신철자법』은 머리말과 총론, 각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어문 규범이나 국가의 실용적인 정서법으로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그 후 1954년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 문학 연구소 내에 설립된 조선어 철자법 규정 작성 위원회에서 북한 최초의 공식적인 어문 규범으로 『조선어 철자법』을 제정, 공포하였다. 이 어문 규범은 1948년의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한글판)』을 상당히 수정하고 형태주의 원칙을 기본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어문 규정을 기준으로 남과 북의 맞춤법이 본격적으로 분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어서 1966년에 내각직속 국어사정위원회에서 『조선말 규범집』을 제정, 공포하였다. 이는 1954년에 제정된 『조선어 철자법』을 개정한 것으로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법, 표준발음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의 어문 규정과 달리 표준발음법과 표준어와 관련된 내용들은 맞춤법에서 제외하여 독립적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전체적으로 더 정밀하고 세밀하게 구성되었으며 표준발음법이 더 확충되어 규범화되었고 사잇소리 표기가 크게 달라졌다. 그 후 1987년에 언어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1966년의 『조선말 규범집(수정 보충판)』을 개정하여 공포하였다. 이 개정판은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법, 문화어발음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려쓰기 규정을 새로 포함시켰다.
이 외에도 1956년에는 『외래어 표기법』을 발표하였으며 1969년에는 『외국말 적기법』을 제정하였고 이어서 1982년에는 『조선말 적기법』을 수정 증보하였다. 또한 2000년에는 『조선말 띄여쓰기 규범』을 새로 발표하였으며 2003년에는 3년간의 토의를 종합하여 『띄여쓰기 규정』을 발표하여 8월 말의 『로동신문』에서부터 반영하여 편집하기 시작하였다.
 
3. 남북한 어문 규범의 구성
현재 남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문 규범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어문 규범도 이와 유사하게 『조선말 규범집』의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법, 문화어 발음법과 외국말 적기법, 로마자 표기법 등을 따로 두고 있다. 결국 남과 북의 어문 규범이 포함하는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성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남한의 『한글 맞춤법』이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를 포함하는 반면 북한은 이에 해당하는 ‘띄여쓰기’와 ‘문장 부호법’을 별도의 규정으로 삼고 있다. 결국 북한의 어문 규범에서 ‘맞춤법’, ‘띄여쓰기’, 그리고 ‘문장 부호법’이 남한의 ‘맞춤법’에 해당하는 것이고 북한의 ‘문화어 발음법’은 남한의 ‘표준어 규정’에 대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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