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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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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휘 표기(語彙表記)
   
2.1. 차자표기 자료 중 어휘 표기는 고유명사 표기(固有名詞表記)라고도 불러 왔다.
   

우리의 고유명사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차자표기가 발달하였다고 보기 때문에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고유명사를 차자로 표기한 예는 한문이 이 땅에 들어와 사용되기 시작한 후 우리말 문장을 표기하기 전부터 있었다. 즉 차자표기는 고유명사 표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른 시기의 고구려 자료인 <광개토대왕비>(414)에는 신라와 백제 등의 국명은 물론 차자표기의 인명(人名)과 지명(地名)이 많이 나타난다.

삼국시대의 이두자료에 고유명사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문으로 작성된 비문이나 금석문 고문서 등에도 고유명사 표기 자료는 흔히 나타난다. 고구려의 동수묘지(冬壽墓誌)(357?), 진묘북벽묵서(鎭墓北壁墨書)(408?), 호태왕호명(好太王壺銘)(415?), 중원고구리비명(中原高句麗碑銘)(449?) 등의 한문 자료는 물론, 백제의 무녕왕지석명(武寧王誌石銘)(520), 무녕왕은천명(武寧王銀釧銘)(520), 사택지적비명(沙宅智積碑銘)(654?) 등의 한문자료, 신라의 삼국시대 이두문은 물론 <진흥왕순수비(眞興王巡守碑)> 등과 같은 한문에서도 고유명사나 관명(官名)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발굴된 목간 자료에도 고유명사 표기들이 보인다.

이들은 그 시대의 일차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일례로 <단양신라적성비(丹陽新羅赤城碑)>에는 ‘伊史夫智(이사부지)’라는 인명이 나오고 <진흥왕순수비>에는 ‘居七夫智(거칠부지)’라는 인명이 나오는데 이들은 『삼국사기』에서 ‘苔宗(태종)’, ‘荒宗(황종)’으로 나타나서 ‘이사(伊史)’와 ‘거칠(居七)’이 중세국어의 ‘잇(苔)’, ‘거츨-(荒)’의 고형임을 말하여 준다.

<천전리서석추명(川前里書石追銘)>에는 신라의 관명 ‘波珍干支(파진간지)’가 나오는데 이는 후대에는 ‘海飡(해손)’으로 표기되어 ‘波珍/바?’이 ‘海’를 뜻하는 단어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의 고유명사를 표기한 차자표기 자료들은 금석문이나 고문서, 목간(木簡) 등의 기록에서도 많은 양을 찾을 수 있고 고려시대의 같은 자료에서도 당시에 쓰이던 생생한 자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고대국어 어휘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국어 단어가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를 살피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고대국어의 많은 어휘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삼국사기』의 권34에서부터 권37까지의 지리지(地理志)에 나오는 삼국의 지명은 이 계통 어휘의 집성이다. 이 가운데 경덕왕 16년(757)에 종래부터 사용되어 오던 구지명(舊地名)을 신지명(新地名)으로 개명한 것을 함께 열거한 것이 주목된다. 신지명은 고유어로 된 구지명에 근거하여 한자어로 조어한 것이 많기 때문에 이 둘의 대조는 이 시대 단어의 어형과 어원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일례로 ‘영동군(永同郡)’은 ‘본길동군(本吉同郡)’이라 하였는데 이는 경덕왕이 개명한 ‘영동군(永同郡)’은 ‘본래는 길동군(吉同郡)’이란 뜻이다. 여기서 옛부터 써 오던 ‘길(吉)’은 ‘永’의 뜻을 갖는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러한 자료는 후대에 잊혀진 단어를 재구할 수도 있게 한다. ‘買忽一云水城(매홀일운수성)’에서 삼국시대의 단어인 ‘물[水]’의 뜻을 나타내는 ‘買/매’와 ‘성(城)’의 뜻을 나타내는 ‘忽/홀’을 재구할 수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고려사』『고려사절요』도 한문 문장이지만 고유어의 자료를 제공하는 문헌으로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자료이다. 고려시대의 각종 비문 등에도 많은 지명이나 인명 자료들이 나타난다. 고려시대 이후 국어의 단어를 제공하는 또 다른 자료는 향약명(鄕藥名)을 알려 주는 의학서(醫學書)들이다. 『향약구급방』(13세기 중엽?), 『향약채취월령』(1431년), 『향약집성방』(1433년) 등은 한문으로 쓰여진 것이지만 그 향약명은 민간에서 사용하는 우리말을 차자로 표기한 것이다. 이러한 향명들은 『구급간이방』이나 『구급방언해』 등과 같은 언해서(諺解書)에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이 두 가지 어형들을 비교함으로써 차자표기로 기록된 어형을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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