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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현대의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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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한글 맞춤법의 기본 원칙: ‘소리대로’와 ‘어법에 맞도록’
한글 맞춤법은 ‘제1장 총칙’에서 이 규정의 기본 원칙을 밝히고 있다. 제3항(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은 직접적으로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표기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제1항과 제2항이다.
제1항은 국어를 한글이란 문자를 이용하여 적어내는 데 지침이 되는 기본 방향을 보인 것이고, 제2항은 제1항의 원칙에 따라 표기한 대상들을 이어서 쓸 때 적용되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요컨대, 제1항이 ‘표기 원칙’을 세운 것이라면, 제2항은 ‘배열 원칙’이라 할 만하다.

한글 맞춤법의 표기 원칙은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제1항)에 담겨 있다. 우선 ‘소리대로’란 표현의 의미는 말소리를 그대로 살려서 적기로 한다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은 국어의 말소리를 40가지의 서로 다른 낱소리들이 어울려서 이뤄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4항).

이 낱소리들은 24가지의 기본 자모(또는 단일 자모)와 16가지의 복합 자모로 적게 되어 있다. 따라서 ‘소리대로’란 말은 우선 이 40자모로써 말소리대로 적으라는 뜻이다. 구별하여 적을 수 있는 소리의 차이 안에서 소리나는 대로’란 뜻이다.

사실 한글은 표음문자(表音文字)음소문자(音素文字)이므로 달리 규정을 베풀지 않더라도 ‘소리대로’ 적도록 되어 있는 문자다. 그럼에도 이러한 규정을 넣은 것은 표음문자이더라도 ‘소리대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 knight처럼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철자를 쓰는 것처럼 우리도 이미 소리가 없어진 ‘ㆍ’도 쓰고 있었고, 또 ‘긔챠, 닉명’ 처럼 옛날 발음대로 적던 버릇도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새 맞춤법을 제정하면서 당시의 소리대로 표기하자는 것이 곧 ‘소리대로’ 적자는 정신이다. 요컨대 한글 맞춤법이 ‘소리대로’란 말로 뜻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음소적(音素的) 표기’, 즉 ‘표음적(表音的)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어법에 맞도록’의 ‘어법(語法)’은 무엇인가? 이 용어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것을 이어받은 것인데, 문법(文法)이란 용어의 넓은 뜻으로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각론은 그 하위 목차가 ‘자모’, ‘성음에 관한 것’, ‘문법에 관한 것’ 등으로 조직되어 있는데, ‘문법에 관한 것’이 ‘성음에 관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쓰인 점으로 보아 이때의 문법은 좁은 의미의 ‘문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거나 실제의 내용을 검토해 볼 때, 「한글 맞춤법」에서 사용한 이 ‘어법’이란 말은 넓은 의미의 ‘문법’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 맞춤법」에서는 이 ‘어법에 맞도록’으로써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가? 「한글 맞춤법」의 구체적인 조항들에서 ‘소리대로’에 어긋나는 내용들로부터 이를 유추해 보면, 이는 바로 ‘뜻 구별 표기’ 원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장에서는 표기로부터 예외 없이 규칙적으로 실제의 말소리를 이끌어낼 수 있거나 관례적으로 굳어진 표기의 소리가 조금 변했을 경우 이를 소리대로 쓰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4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단어 안의 각 성분을 구별하여 그 표기 형태를 한 가지로만 하고자 할 때 ‘소리대로’에 어긋난 표기를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로써 ‘어법에 맞도록’이란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일반성이 있는 소리 변화는 소리대로 표기하지 않는 일’, ‘관례에 따른 표기는 그대로 두는 것’, ‘단어 속 각 성분의 표기는 언제나 한 가지로 하는 일’, ‘단어 속 각 성분 사이의 경계를 유지하는 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표기 방식의 밑바탕은 곧 가능한 한 대상의 표기를 고정시킴으로써,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른바 ‘형태적 표기’, 또는 ‘표의적(表意的) 표기’의 원칙을 따른 것이다. 이상에서 ‘소리대로’는 ‘음소적 표기’, ‘어법에 맞도록’은 ‘뜻 구별 표기’가 기본 의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제1항에 천명한 원칙으로 종합하면, 한글 맞춤법의 표기 원칙은 결국 ‘음소적 표기’와 ‘뜻 구별 표기’를 무리 없이 조화시킨 표기를 지향한다는 선언이라고 할 것이다.

한글 맞춤법의 체제로 보면 ‘제3장 소리에 관한 것,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6장 그 밖의 것’이 표기 원칙을 구체적으로 각각의 사항에 적용시키는 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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